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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엄마가 결혼하란 얘기 할때마다 죽고싶어요

딱딱키보드 2023. 6. 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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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 죄송합니다

네이트판 중학생때부터 종종 봐왔는데 제 글 써보는건 난생 처음이네요
ㅎㅎ 결시친에 현명한 분들이 많으신거 같아 저도 남겨봅니다


2살때 이혼한 아버지는 알콜중독이었어요 없는 셈 치고 살고있어요

아는것도 배운것도 없는 28살 남편 없는 여자는 저를 위해 살았습니다. 다단계도 해보고 방문판매도 해보고 미용일도 배워보고.. 난생처음 컴퓨터를 배워서 사무직 일을 시작하고 무시란 무시는 다 들으면서도 저 하나때문에 버티셨어요



20살때부터 경제적 독립했어요
어떻게든 엄마한테 다 갚아드리고 꼭 엄마랑 행복하게 잘 살아야지 생각뿐이었거든요 지금도 그래요

학비 용돈은 물론이거니와 엄마 생활비며 소파 에어컨 차도 사드렸어요 대학때 야간알바까지 3개를 해가며 돈 벌었거든요 지금 하라면 못하겠어요 ㅋㅋ 그땐 정말 어려서 가능했던거 같아요


27살 2년차 직장인
꽤 괜찮은 직장에 들어갔어요 이사도 하구요
작년엔 엄마에게 모은 천만원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엄마가 소송중인게 있으세요 10년째인데.. 변호사 선임비니 뭐니 이래저래해서 얼마전에 난생처음 대출도 받았어요 이천만원

돌려받을거라 생각안합니다
제가 사는 이유는 그냥 엄마에요
나이가 들고 직장인이 되고 저를 혼자 기르셨던 엄마의 나이가 가까워질수록 엄마가 가엾고 안타까워서요
그냥 제가 감당하고 살려고요


가난하고 천진한 제 엄마는
너 결혼식 여기서하면 좋겠다
너 애기 낳으면 너 닮은 여자애면 좋겠어
너 가정이루면 우리 다같이 캠핑 가보자
이런 말을 자주하시는데


평소엔 그냥 ㅎㅎ 난 결혼 안해~ 하곤 넘겼지만 때때로 속으론 미친 뭐라는거야 생각했어요

그러다 오늘도 같은 말로 받아치니까
야 ㅎㅎ 그렇게 말하는 애들이 젤 빨리 결혼해! 하더라구요

순간 화가나서 뱉었습니다
미쳤냐고 누가 나랑 결혼하냐고
27살에 빚부터 시작하는 여자랑 누가 결혼하겠냐고
난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거야
나한테 일억 줄 수 있어? 대체 내가 뭐가 있어서 결혼이란 미래를 그리는거야 내가 어떻게 결혼을 해
결혼해서 망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왜 결혼 얘기를 하냐
나 봐 이렇게 불행하게 살잖아
내가 결혼하면 나랑 똑같은 수준인 사람 만나야해 그럼 좋겠어? 똑똑한 엄마들은 자기 딸한테 결혼하란 말 안해

그러니 그러대요
넌 예쁘고 좋은 직장 다니니까 괜찮아 남자들은 예쁘면 돼 이러는데 그땐 진짜 목졸라버릴거 같아서 ..

쉰다섯이나 먹고 어떻게 이리 세상을 모르냐고 제발 현실감각좀 키우라고 방에 왔어요



저요 연애도 안해요
대학 초반엔 좀 했는데 어느순간 알았어요
돈 벌고 공부하고 좋은 직장 가려면 연애는 저에게 사치인걸요
무엇보다 저는 결혼도 안할건데 필요없는 관계라는걸 깨닫고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잊었거든요 그게 스물셋 쯤이었던거 같아요

그래도 가끔 사정하시면 소개팅 자리 다녀오고 하는데 (물론 1회 만남 이후로 다신 안봐요 연락처 교환도 안하고)

그럴때 제가 차려입고 하면 관심가지는 엄마가 너무 거북하고 싫었어요
남자때문에 인생 망쳤으면서 내가 남자만나기를 바란다는게 제 머리론 도저히 납득이 안가요..


글 마무리를 어떻게 해아할지 모르겠네요
어쩌면 제가 가진 결핍일까요.. 저는 평균미달의 사람이라 늘 생각했거든요 자아를 가진 순간부터 그랬던거 같아요

남들과 다른 가족 구성원과 가난
온전한 가정에서 배우지 못했으니 단란한 가정을 이루는건 욕심이고 과분한 일이다 절대 그래서는 안된다 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솔직히 어느정도 경제능력이 되는 가정에서만 아이 키워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 엄마 이러나 저러나 저 안버리고 혼자 길러준 고맙고 제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는 엄마랑 연 끊고 그런건.. 못합니다 할 생각 안하는거 같아요 ㅋㅋ
많이 답답하시다면 죄송해요 해결법을 바라고 쓴 글은 아니에요 그냥..~ 친구들한테도 말 못하는 이야기니까 ㅎㅎ


혹시나 남녀를 가르려는 글은 아니었어요
엄마가 남자를 만나서 망했다는건 온전히 제 아빠를 향하는 말입니다


다시 위에서 부터 읽고 왔는데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신분 있다면 감사합니다

댓글로 혼내주시고 위로도 좀 해주세요 지금시간대면 엄마랑 한참 수다딸때인데 혼자 방에 있으니 많이 속상해서요.

다들 출근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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