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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하다하다 제 결혼까지 서운하다는 친구

딱딱키보드 2023. 5. 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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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시간전 있었던 일에 마음이 좋지않아 잠이 안오네요

친구와 대판 싸우고 이제 다시 볼일 없을거 같은데..
괜히 넋두리 하고 싶어서 글씁니다

17살때부터 친해진 친구,
15년째 친구였으나 오늘부로 친구 안하려구요

이 친구는 항상 저에게 뭐든 서운해했어요
물론 나쁜 친구는 아니였습니다

용감하고 정의롭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센스있고 손재주도 좋고
여자 친구들에게 인기있는 스타일 입니다
남자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연애도 줄곧 잘 했던 친구죠

그런 친구의 성격에 저도 고마운 점이 많았어요
정말 고맙고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제가 고1때 반에서 은따..? 왕따 비슷하게 당했는데
다른반이였던 이 친구가 항상 저를 잘 챙겨줬어요
같은 예체능을 전공하게 되어 입시학원 다니며 친해졌거든요

그런데 사소한거에 서운해했어요

제가 학원에서 다른 친구와 친해지면 서운해했고
(그 친구는 더 많은 친구들이 있었어요 제 세부전공은 비주류라 인원자체가 별로 없었고 그 친구는 주류분야라 원생들이 많았거든요)
심지어 다른 선배들이랑 친해지는것도 서운해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제 전공반에서 친해진 오빠를 좋아했는데 저와 친해져서 그랬대요
선생님들이 조금만 칭찬을 해주거나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그것도 서운해했어요

그래도 고마운게 많은 친구였고, 그냥 그러려니 하며 이해하고 나름 달래주기도 했던거 같아요

결정적으로 대학입시에서 자기가 원하던 대학을 제가 쓴 걸로도 서운해했습니다
세부전공이 달랐기에 실기입시 시즌에 다른 지역에서 입시를 준비했는데 (지방에 있는 입시학원 다니다가 실기 준비하러 큰 도시로 갔거든요) 저는 비주류다보니 저희학원에서 혼자 올라가서 정말 힘들게 지냈어요
이 친구는 같은 세부전공하는 친구들끼리 다른 지역 학원에서 같이 생활하며 끈끈하게 지냈습니다
가군을 어디쓸지 결정하지 못하고 두군데 대학을 고민중이였는데 원래 다니던 학원 원장님이 학생들 위로해주고 밥도 사주고 하느라 한번씩 올라왔다 가셨습니다
제가 쓰려는 대학을 듣고 그 말을 쪼르르 전달한거죠 ㅎㅎ
‘ㅇㅇ이는 어디어디 쓸수 있다는데, 니네도 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써봐라’ 라고..
그말을 듣고 저한테 따로 연락와서 어디 쓰는지 먼저 알려주지 않았고, 그걸 원장한테 전해들어서 서운하다고 했지만, 추후에 다른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본인이 가고싶은 대학 본인은 쓰지도 못하는데 ㅇㅇ이는 쓸 수 있다니 진짜 짜증난다고 했대요 ㅎㅎㅎ

이 사건 이후로 좀 멀어졌다가
대학다니며 학원 모임이다 뭐다 해서 다시 만나게 됐어요

저는 원래 먼저 연락하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런데 다른 친구가 연락와서 방학때 모임을 추진했고, 저는 그 시기에 해외여행이 잡혀있어서 안된다고 했어요

다음날 서운한 친구가 연락이 와서는 해외여행 가는거 자기에게 먼저 말해주지 않아서 서운하대요
왜 자기한테는 연락안했냐고..

그래서 그 상황 설명해주면 그냥 혼자 몇달 삐져서 연락 안하고 나중에 먼저 연락와요

이런 일들이 진짜 너무 많았어요

맨날 뭐땜에 서운해하고, 그걸로 몇달 혼자 삐지고, 나중에 풀려서 혼자 연락오고..

나중엔 저도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냅두게 되더라구요

또 뭐가 서운한가보네~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15년을 미운정 고운정 쌓아가며 친구로 지냈습니다

서운하다고 하는거, 혼자 삐지는거 말고는 저에게 위로도 많이 해주고 저희 부모님께도 한번씩 안부인사 전하고, 사회생활하면서 전공이 같다보니 서로에게 정보 주고받기도 하면서요

저에게는 6년만난 남자친구가 있어요
코로나 터지기 바로 직전,
여름 휴가 기간 맞춰서 둘이 함께하는 첫 해외여행을 갔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오길래 거절하고 카톡을 했어요
지금 해외라서 통화가 어렵다고..
그랬더니 카톡전화가 오길래 받았더니
대뜸 자기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힘들대요
근데 그때 네트워크 상황이 불안정하다며 계속 말이 끊겨서 들리고 대화에 딜레이가 생기고 그래서 카톡으로 하자고 끊었습니다
그러더니 누구랑 어디갔냐고 해서 솔직하게 남자친구랑 휴가왔다 하니 부럽다고 하길래 마음 잘 추스르고 있어라, 술 많이 마시지 말고, 나 언제 귀국하니 그때 전화하겠다 했어요
솔직히 귀국한날은 전화 못했어요
짐정리도 해야하고 다음날 바로 일 복귀해야해서 정신없어서,,
귀국하고 이틀후에 전화하니 안받더라구요
그 후 다시 콜백이 없어서 또 삐졌구나 싶었습니다

몇달 후
제가 남자친구랑 싸우고 친척언니와 술을 마시는데,
그 친구를 술집에서 만났습니다
친구랑 친척언니가 인사 나누고 저한테 왜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냐고 해서 남자친구랑 크게 다퉈서 술을 좀 마셨다고 하니
“너 내가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힘든데도 귀국 후에 연락 바로 안해서 벌받은거야~”
그래서 응~~~ 그런갑다~~~~ 하고 보냈습니다
카톡와서는 또 그때 서운했대요 ㅎㅎ

이때는 좀 멀어져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피곤해지더라구요

그러다 일적으로 또 마주치게 되고..
그땐 본인 마음이 풀어졌는지 또 엄청 잘합니다.
잘하고 잘해주고 도움을 주고 그래요

저는 대학 입시때 살이 엄청 쪘는데
그살을 빼지 못하고 그냥 살았습니다

그 친구는 원래 키도 175에 덩치가 좀 있습니다

저는 완전 물렁살이고 그친구는 뼈대가 있고 근육도 있는 몸이에요

그 친구도 입시 이후로 대학가서 술 살이 엄청 쪘더라구요

저 자체로도 사랑해주는 남자친구이지만
남자친구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싶고
결혼도 하고 싶고.. 그래서 2년전부터 독하게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30키로를 뺐습니다
운동 식단 진짜 엄청 열심히 했고 울면서 했어요

점점 날씬해지는 저에게 그 친구는 또 서운하대요 ㅎㅎ
저 혼자만 다이어트 해서 ..

저를 한번씩 보고나면 며칠 엄청 빡쎄게 했다가 다시 술, 음식 조절못해서 요요오고.. 반복이더라구요

결정적인 계기를 이제서야 쓰겠습니다
(넋두리가 너무 길어졌네요..)

저번주 주말에 처음으로 남자친구 부모님께 인사 드렸습니다
그동안 나름 오래 사귀면서 저희 부모님은 남자친구를 몇번 만났는데 저는 살빼고 인사드리고 싶어서 미뤘거든요..

저번 주말에 인사드리고 이번주 연휴기간에 어버이날 선물사서 서로의 본가에 함께 갔습니다

아버님 성격이 급하시고 추진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번 두번째 만남에서 둘이 결혼생각 있으면 올해 안이나 내년 초에 빨리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남자친구도 외동, 저도 외동
둘 집안 모두 부모님 노후 준비 되어있으시고
굳이 따지고 보면 남자친구 집안이 조금 더 넉넉해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대학원석사 박사 재학기간이 너무 길어서 학교 연구소에서 근무하던거 말고 제대로 직장을 잡은지 이제 1년 반정도 됐습니다
남자친구가 아직 돈 더 모아야 한다고 하니까
아버님이 전세내주고 있는 30평대 아파트, 곧 전세기간 만료되고 세입자가 나간다고 했으니 리모델링까지 싹 해서 너희 줄거고, 식장도 제일 크고 좋은 곳에서 밥 맛있는 곳으로 빨리 예약하라고, 결혼자금 원하는 만큼 지원해줄테니 돈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남자친구가 웃으면서 ‘아빠~ ㅇㅇ(저)이 이제 두번만났잖아요’ 이러니까 처음 봤을때부터 결정한거라고, 너한테 ㅇㅇ이 과분하니 감사합니다 하고 모셔오라고 해주시는데,,, 참 감사했습니다

남자친구네 집 선물 드리고 저희 집 가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아파트가 6-7억 하는 아파트래요ㅎㅎ .. 많이 부담스러웠어요…그만큼 해가야 할텐데, 제가 모은돈은 많지 않았거든요..
(지방 아파트이고 신축은 아닌데 완전 중심부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저희 집에 가서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저희 부모님도 저 모은돈에 더 필요한만큼 원하는만큼 지원해줄테니 걱정말고 시집가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남자친구가 외동아들이라 해주시는만큼 받고싶은거 다 말씀하시라고, 서로 외동이고 집안에 한번뿐인 예식인데 주고 받을거 다 주고 받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양가 부모님께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오늘 저녁, 정확히는 어제 저녁이겠군요.. 아무튼 일요일 저녁에 학원동기 친구들 모임이 있어서 만났습니다.
당연히 그 친구도 있었구요
연휴때 뭐했냐는 얘기나와서 인사드리고 왔다고 하니 친구들이 드디어 시집가는거냐고 하길래 남자친구 집에서 빨리 식올리라고 하시고, 우리집에서도 맞춰서 하라고 했다. 했습니다

신혼집이랑 이런 준비들은 다 어떻게 하냐고 결혼준비가 그렇게 빨리 되기 어려울텐데 바쁘겠다고( 기혼친구들이) 해서 그냥 간략하게 집은 주시기로 해서 다행히 해결됐다고 하니 다들 축하해줬어요 그게 제일 어려운건데 잘됐다고,,
그런데 그 친구가 혹시 사고친거냐고(혼전임신), 니 남자친구 하자있나?, 그쪽 부모님 좀 수상한데?, 사짜 냄새가 나는거 같기도~, 등.. 듣기 싫은 소리들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만해라, 축하는 하지도 않고 그게 무슨 경우없는 말들이냐고 그러니 다른 친구들도 제 편을 들어주며 말이 너무 심했다고, 그렇게 장난치는거 아니라고 그랬습니다

갑자기 혼자 발끈하더니
같이 살빼자고 그렇게 말했건만, 저 혼자만 살뺀것도 서운한데, 남은 미혼 두명 중 먼저 이렇게 갑자기 시집간다고 하는것도 서운하다고, 블라블라..~

그래서 그것들이 도대체 왜 서운한지 정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이제 내가 더 서운할거 같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원래 가까운 사이이고 애정있을수록 서운함도 큰거라고 하길래 제가 소리내어 크게 웃었습니다

잘 생각해보라고, 서운한건지 배가 아픈건지 심통이 난건지 진짜 양심이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고 했습니다
15년째 서운하다는 말 듣고 또 들어도 처음엔 달래줬고, 서운하다고 삐져서 몇달간 연락없을땐 그러려니 하며 냅뒀고, 아무렇지 않게 혼자 풀려서 다시 연락와도 나역시 아무렇지 않게 대했는데 니가 진짜 내 친구가 맞긴 하냐고, 진짜 내 친구이고 니 말처럼 애정이 크다면 축하가 먼저 아니겠냐고,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또 서운하겠지만 이제 내가 친구 안할테니 그만 서운해도 된다고 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한 후 나왔습니다

그 친구 전화오고 카톡 오고 난리 났는데 그냥 전화 받지도, 카톡 읽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그만 친구하려고 합니다

그래도 좋았던 시절들도 있어서 마음이 안좋긴하지만
이만큼하면 됐다고 생각하고 그만 친구 정리하려는데,
고마움이 많은 친구에게 제가 너무 각박하고 인정머리 없는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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