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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저를 괴롭힌 언니의 결혼식 안가도 되겠죠

딱딱키보드 2024. 5. 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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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 언니와 저는 2살 터울입니다
언니는 태어나던 순간부터 저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습니다
언니는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고 잠도 절대 깊게 자지 못하는 아주 예민한 아기였다고 합니다
반면에 저는 어디가 아파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아도 웬만해서는 울지 않고 혼자 눕혀놔도 알아서 자는 순한 편이었다고 하십니다
제가 태어난 뒤로 부모님은 언니에 비해 저를 많이 예뻐하셨습니다…
툭하면 떼쓰고 울고 빽빽거리는 언니를 감당하기 어려워하셨습니다
부모님은 맞벌이에 늘 바쁘셨고 아버지는 사실상 집에 한 달에 한번밖에 오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유치원 시절부터 언니와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붙어 있어야 했는데 언니는 저를 무지하게 괴롭혔습니다
같이 재미있게 티비 보며 놀다가도 제가 조금이라도 본인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하면 안방으로 끌고 가서 다시 말해 보라고 시킵니다. 제가 덜덜 떨며 말을 제대로 못하면 목소리 똑바로 내라면서 뺨을 때리고 멱살을 잡으며 협박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열번중에 한번 반항하면 얼굴을 바닥에 처박고 쌍욕과 함께 온몸을 두들겨 맞았습니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언니가 한번은 아이스크림을 사오라고 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분명 무슨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냐고 물었지만 언니는 그 잠깐 사이에 또 기분이 나빠졌는지 대답하지 않았고 저는 마트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최대한 언니가 평소에 먹었던 것 같은 아이스크림 4개를 골라 계산해 언니에게 줬지만 언니는 불같이 화를 내며 니나 처먹으라며 자신의 방에 저를 가두고 다 먹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언니는 그렇게 싸우고도 엄마가 오기 전이면 갑자기 누구보다도 상냥해진 모습으로 저를 달래 주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였던 언니가
저에게 유일하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항상 언니랑 대화를 하면 정말 제가 알수없는 포인트에서 혼자 열받아서 갑자기 대답을 안하고 표정을 싹 굳히고 저를 쳐다보는데 그럴때 정말 심장이 차갑게 식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당하며 살다가 제가 고3때 저도 너무너무 예민한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 대학생이던 언니는 제가 방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거실에 있던 컴퓨터로 음악을 크게 틀기 시작했습니다
언니가 무서워 소리를 줄여달라는 말도 못하고 귀마개를 끼고 공부하려고 했지만 소리는 너무 크기만 했고
결국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맘에 거실로 나가 소리를 확 줄였는데 언니가 셋 셀 때까지 다시 소리 켜라고 하는 것을 무시하고 방으로 들어오려는데
언니가 제방으로 따라와 뺨을 내리치고 머리채를 잡아 질질 끌며 컴퓨터 앞으로 데리고 가 말했습니다 소리 켜라고..
그날은 저도 정말 지고 싶지 않았던 건지 저도 모르게 언니를 밀치고 팔을 때렸습니다..
언니는 맞자마자 집을 나갔고 저는 왜 나갔는지 영문도 모르고 언제 들어올지 공포심에 기다렸는데 엄마와 실랑이를 하며 들어오더군요
알고보니 언니가 엄마 직장에 찾아가서 저를 폭행죄로 고소해버릴거라고 한거였습니다…
(엄마도 저 못지 않게 언니한테 많이 시달리셨습니다)
아무튼..
저는 언니가 너무너무 무섭고 싫고 생각만 해도 심장이 답답했기 때문에 성인이 되고 대학생이 되자마자 집을 나갔습니다
그뒤로 부모님과도 연락을 잘 안 했고 집에는 절대 가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도 거의 일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였구요
그리고 제가 서른이 된 지금 엄마께서 어렵게
언니가 다음달에 결혼할 거라고 청첩장을 주셨는데
참.. 마음이 복잡하네요
엄마는 제가 와주기를 바라는 눈치십니다
저도 지금은 언니와 떨어져 산지 십년이 지나
그때만큼의 공포심은 아니지만
결혼식에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네요
가지 않아도 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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