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트판] 아이를 왜 낳으세요?

자극적인 질문 죄송합니다.

삼십대 초반이고 신혼 1년차라 주변에서는 낳을거면 빨리 낳는게 좋다라는 말들도 하고, 실제로 피임 오래하다가 원하는데 안생기는 부부도 알고 있어서 말 그대로 낳을 결심이 서면 빨리 낳던지 아니면 딩크를 하려합니다.

 

사실 딩크를 해야할 이유는 찾기 쉬운 것 같아요.

아이를 낳으면 돈, 시간, 노력을 써야하잖아요.

그만큼 아이가 행복을 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을 보면 물론 아이 탓만은 아니겠지만 심각한 수준이잖아요? 아이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 기타 다른 부대비용만 아니면 노후대비 탄탄히할 수 있을거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생기면 당분간 여행은 커녕 외식도 어려울테고요. 

또 결론적으로 아이는 독립시키려고 키운다는데 애초에 안낳으면 독립시킬 존재도 없으니까요.

요새 아이들은 부모가 가벼운 훈육을 해도 초등학생만 되어도 아동학대한다면서 얘기하는 아이들도 꽤 봤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야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절대 아이를 낳으신 분들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있지 않습니다.

저도 아이를 낳는 쪽으로 제가 생각이 바뀌면 좋겠는데 사실 본능적인 번식욕구, 내가 사랑해줄 대상이 생겨서 아껴주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배우자와 나를 닮은 존재를 만들고 싶은 마음 이 세 가지 말고 더 있나요? 이 욕구가 현실적인 욕구보다 커서 아이를 낳으신건가요? 

또, 아이가 원하는 모든 걸 들어줘서도 안되지만(교육상) 아이가 원하는 진로가 생기거나 하고 싶은게 생겼을 때 크게 아쉽지 않도록 지원해줄 수 있는 정도가 되셔서 낳으신 건가요? 나중에 아이가 왜 나를 이런 힘든 세상에 태어나게 했는지 물을까봐 겁도 납니다.

 

인생의 큰 결정이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네요. 인생 선배님들의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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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지나가실 수 있으셨을텐데 관심 가지고 생각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에 부모님께 여쭤보라는 말씀도 많으시고, 저를 욕하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가족의 소중함을 못느껴봐서 그렇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속상하네요.

저희 부모님께도 여쭤보았고 저희 부모님은 이십대 중후반에 결혼하셔서 별 다른 고민 없이 저를 낳으셨고 정말 많은 사랑으로 키우셨어요. 

어릴 때 경험 쌓아준다고 매주 여행을 데리고 다녀주셨고, 학창시절에는 제 공부 방해될까봐 텔레비전 한번 마음 편하게 안 트신 분들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도 이렇게 하기 힘들 것 같아요.

두 분 다 교육자셔서 저를 독립적으로 키우시기도 했고요.

 

부모님이 바르게 키워주신 덕분에 제 능력에 비해 좋은 직장을 얻었고, 저도 제 앞가림하며 결혼 후 친정과 가까이 살며 매주 부모님 뵈러 가고 맛있는 것 보이면 사드리고 합니다.

남편도 좋은 사람 만나서 서로 정말 아껴주고요.

 

제가 이런 고민을 하는건 저와 제 동생이 부모님께 손벌리지 않고 사회에서 역할을 잘 하고 있고 부모님께도 자식된 도리하며 잘 살고 있음에도 저희 아버지는 아이 키우는게 보통 일이 아니니 정말 잘 생각해서 낳으라고 거듭 당부하셔요.

 

물론 제가 딸이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세대가 부모님 세대와 다르게 여자든 남자든 모두 고등교육을 받았고 합리적인 생각을 하다보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저출산시대에 태어나 나라를 생각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것도 맞는데 사실 태어날 아이가 이 환경에(환경오염 뿐 아니라 무한 경쟁 등 놓일 환경에) 태어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어요. 

나중에 많은 어른들을 부양할 세금을 짊어지며 힘들게 살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제 스스로도 좋은 부모로서 모든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비난할 의도는 맹세코 없습니다. 아이 낳고 키우시는 분들 모두 존경스러워요. 

 

아이를 갖는건 하나의 생명에 대한 책임이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의 의견 하나하나 읽어보고 참고하겠습니다.

모두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