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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처갓집에 깄다오면 더 우울해집니다..

딱딱키보드 2023. 5. 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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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을 빌려 조언을좀 얻고자 합니다.
저는 제가 돌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어머닌 혼자서 저를 키우기 위해 안해보신일이 없을정도로 고단한 삶을 사셨어요.
늘 양육시설에 맡겨져 있었고 제가 위축되지 않게 하시려 노력했지만 절약이 몸에 베이셔서 부끄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가게에 가면 음식이 나오기 전부터 종업원에게 한두마디 불만을 얘기합니다. 안해도 되는 얘기를요.
성격이 억쎄고 남에게 상처되는 말들을 그냥 하십니다.
근데 전 그게 다 여자혼자 저를 키우기 위해 잡초처럼 살수밖에 없으셨던 어머니가 늘 불쌍했습니다. 여자로써 어머니로써 늘 마음이 아팠죠. 작년에 어머니는 그렇게 사시다 아버지 찾으러 가셨습니다.
그리고 전 결혼을 했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그런데요.
처갓집은 제가 그동안 너무나 꿈꿔왔던 이상적인 가정입니다.
인자하신 아버지, 요리솜씨 좋은 어머니, 늘 화기애애 웃으며 대화하는 형제들.
주말이면 낚시. 등산. 숯가마. 맥주한잔하며 가족들이 힘든얘기 슬픈얘기하는데...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났습니다.
저는 늘 교회와 어린이집, 유치원등에서 주는 밥만 먹었고 배달음식이나 요리 못하시는 어머니는 라면 아니면 인스턴트였고.
여행이라곤 내가 사는 시를 벗어나지 않는 시내 명소를 가야 했고 그나마 먼곳이 제 군대 면회였습니다.
너무도 꿈꿨던 너무나 가지고 싶었던 가정.
그 가정을 보면서 내 우울했던 어린시절과 외로웠던 시간들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다 집에 오는 길엔 이유없이 와이프에게 짜증을 냅니다.
어버이날 기념으로 킹크랩을 먹는데 아버님이 제 앞접시 위에만 살을 발라 주시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한참 분위기를 흐려놨습니다...
다음주에 남자끼리 낚시가자고 하시는데..
또 분위기 흐릴까 걱정입니다.
제가 치유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더 우울해 지고 있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와이프에게 터놓고 말하고 싶은데 한심하게 볼까 걱정입니다.
아이 계획 세우면서 그런 이상적인 가정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전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장인어른 보면서 배워가면 될까요. 더 자주 찾아뵈면.. 저를 귀찮아 하시진 않을까 걱정입니다..
처갓집에 자주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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