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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돈만 많이 벌어오는 아빠vs가정적이고 친구같은 아빠

딱딱키보드 2023. 7. 3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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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아내가 일케 쓰라 해서 씁니다ㅎㅎ

첫째 임신때 저랑 아내 둘다 학생이고 형편이 어려워서 먹고 싶은거 10번중에 7번정도밖에 못 사줬고 그게 참 미안하고 맘 아파서 아내 재워놓고 대리운전 뛰고 배달 뛰고 그랬습니다
아내랑 저랑 가난하게 커서 우리애만큼은 태어나면 돈 걱정 없게 살게 해주겠다는 일념하나로 작게 시작한 사업이 반년은 빛도 못보고 계속 적자였지만 주변에 형님들이 도와주신 덕에 현재는 규모있는 사업으로 성장했습니다
3년만에 아내가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했던 동네로 이사오고 40평대 아파트도 샀습니다
그시간동안 아내는 첫째아이 독박육아였고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20시간 가량을 일하며 어떻게든 아내 고생 안시키고 살게 하겠단 생각이 더 컸습니다
매일같이 친구들 인스타 보면서 누구는 뭘 샀고 누구는 뭘 했고 부러워 하며 신세한탄 얘기를 옆에서 많이 들었어요
아무튼 사업이 잘된 이후로 둘째도 생기고 아내 힘들까봐 첫째 하원 도우미,가사 도우미,둘째 육아도우미 고용해서 쓰고 있고
아내는 수영이랑 필라테스 도자기 공방 등등 다니면서 시간 보냅니다
한달에 아이들과 아내 앞으로 나가는 비용이 천만원 쯤입니다
명품 가방은 생일이랑 결혼기념일마다 원하는걸로 사주고 있고 작년에 차도 한대 뽑아줬습니다
필라테스 학원이 멀다고 힘들다 해서요
저는 여전히 새벽에 출근해서 새벽에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는데 아내는 그게 불만입니다
사장이 왜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죠
저는 대표가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술자리를 너무 많이 가진다고 하는데 지금 저희 부부가 누리고 있는것들이 당연하게 얻어진게 아닙니다
주변 형님들의 도움 그리고 믿고 거래해주신 거래처 분들과 사적으로 술을 마시는것이 아니라 거래얘기,사업얘기 밖에 안합니다
아이한테 제일 좋은 고기를 먹이고 제일 좋은 옷을 입히고 아내가 원하는걸 마음껏 배우는 삶을 위해서는 제가 여전히 15시간 이상 밖에서 일을 해야합니다
제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고 거래처를 더 확보하기 위한 영업도 해야해서 집에 갈 시간이 없다보니 아이들이랑 제대로 안놀아준거는 사실이죠
돈과 가정 둘다 잡기엔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인가봅니다
아내는 몇시간씩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이랑 같이 저녁 먹고 집안일도 좀 같이 해주고 주말에는 여행도 가고 싶다고 계속 말했고 자기를 외롭게 혼자 두지말라고 합니다
제가 수용하려는 노력조차 안해서 서운하고 화가난다네요
제가 일을 줄이면 지금 아파트 팔고 더 작은 곳으로 이사가고 생일때마다 명품 가방 못 사주고 다니던 학원도 다 그만두고 아이들도 지금처럼 풍요롭지 않은 삶을 살게 될텐데 괜찮냐고 하니 지금 삶을 유지하면서 자기랑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라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웠다면 진작 하지 않았을까요
일주일에 거래처 미팅이 적으면 3번 많으면 7번 있습니다
아내는 자기혼자만 부모인거 같다고 합니다
저도 왜 애들이랑 안놀고 싶고 아내랑 여행 안가고 싶겠나요
집에 오면 불 꺼져있고 아내도 아이도 자니까 깰까봐 집에서 밥도 못먹고 서재에서 쪽잠자고 새벽에 누구의 배웅도 없이 다시 출근합니다
좋은남편 좋은부모 누군들 안되고 싶을까요??
아내의 말대로 가정적이고 아이들이랑 친구처럼 지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정적이 되어갈수록 아내랑 아이들은 풍요롭게
지내지 못합니다
가난하게 배곪으면서 지내지는 않겠죠 어떻게든 네식구 평범하게 먹고 살 만큼은 뭘 해도 벌 자신이 있지만 아내는 지금 누리는 생활을 절대 포기 못한다는걸 누구보다 제가 잘 압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더 크기전에 여행 다니고 추억 만들어줘야한다는 아내말이 구구절절 다 맞으니 오늘도 결국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했습니다
저역시 아내에게 서운한 점이 많은데 제가 아빠 노릇을 제대로 못한게 사실이니까 싫은소리를 한번도 할 수가 없네요
남편이고 가장이란 이유로 아파도 아픈티 못내고 힘든티 못내고 지금까지 코피쏟아가며 올라왔는데 수고했다는 격려 한마디 들어보질 못한게 쬐끔 서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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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조언해주신거 감사하게 새기고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내가 댓글 읽고 많이 울었다고 해서 조금 더 쓸까 합니다
제가 둘째 출산때 해외미팅 때문에 곁에 못 있어줬어요 그리고 일 핑계로 애들이랑 여행 한번 못 가고 첫째때는 가난해서 돌잔치를 못한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러네요
제가 잘못한 부분이 분명히 있고 아내가 상처받고 외로웠던것도 맞습니다
제가 그걸 돌아보기 보다는 당장 사업을 안정 궤도에 올리는데 더 신경을 썼던게 맞아요
첫째 태어나고 너무 가난해서 주위 형들한테 용품 얻어와서 입히고 아내는 친구들 부러워하고 집에 숨어 사는거 보면서 제가 앞으로는 무조건 아내와 아이에게 경제적인 안정을 주겠다고 다짐했거든요
늦게 퇴근해서 잠든 애들 얼굴 보면 미안하다가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에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컸죠
가끔은 딸이 새벽에 깨서 저한테 고생했다고 달려와 안아주는데 내가 어떻게든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내 몸이 부서지고 무너져도 내가 없어도 잘 살아가도록 그렇게 해주고 싶었던거 같네요
하지만 여러분 말대로 아이들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사춘기 오고 학교 다니다보면 가족끼리 모여있는 시간이 많지 않겠죠?
지금이 귀한 시기라는거 알고 있고 최대한 일주일에 세번은 같이 밥 먹을 수 있도록 잠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하고 있습니다
첫째가 발레를 배우고 있는데 아직은 어려서 학원에서 가볍게 배운다고 하는데 (한번 봤는데 잘하긴 합니다ㅎㅎ제 딸이라 그렇게 보이는걸지도 모르죠..ㅋㅋ) 만약 학교에 들어가고 첫째가 정말로 두각을 드러내거나 본인이 하고 싶어한다면 힘닿는데까지 지원해주는 아빠가 되고싶습니다
언제나 아빠를 가장 사랑한다고 해주는 딸을 위해서 제가 뭔들 못할까요??
제가 아둥바둥해서 이런 생활을 유지하는건 아니고 매출은 계속 상승세고 꾸준하게 잘 나오고 있습니다
그치만 언제까지나 제 사업이 잘된다고 확신할 수 없으니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해서 일하는 시간을 당장 줄일수는 없을거 같습니다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어서 향후 5년간은 바쁜 생활을 해야 될거 같아요
그래서 당장 시간을 많이 내서 다른 아버지들처럼 매일 같이 저녁을 먹고 주말마다 놀러 다닌다고는 약속을 못하겠지만 전보다는 조금 더 가족이랑 보내는 시간을 늘리도록 애쓰겠습니다
주말 하루는 1시간이라도 꼭 애들이랑 보내고 가끔 회사로 초대해서 저녁 먹고 그러려고 합니다
여러분 가정에도 행복과 풍요가 깃들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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