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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판] 친정엄마에게 제가 너무 가혹한가요

딱딱키보드 2023. 5. 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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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글을 시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네요.
누구에게도 자세히 이야기해 본 적이 없는데 좀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혼가정에서 자랐습니다.
아빠는 어릴 적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않고 유흥에 탕진했고 기억나는 마지막 순간엔 엄마에게 폭력도 썼던 기억이 언뜻 있어요.

제가 7살무렵 엄만 이혼하고 친정에 들어가 저와 오빠를 키우셨어요.
그런데 할머니댁에 사는 동안 엄마는 일을 하시면서도 늘 사람들이랑 어울렸고, 연애도 했습니다.
그러며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도 많았고, 저녁 늦게 녹초가 되어 들어오거나, 술이 떡이 되어 들어오는 날이 대부분이었어요.
전 초등학생 때부터 오빠와 새벽시간을 보내며 배가 고프면 달걀볶음밥을 직접 해먹고, 오빠 학교 도시락을 싸주기도 하고 그 당시 학교 수련회에도 혼자 짐을 챙겨갈 정도로 독립적이었습니다. 혼자 우리 키우며 일 다니는 엄마가 안쓰럽고 오빠도 철이 없으니 엄마한테 짐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컸던 듯해요.

어느 날 엄마는 아저씨를 소개시켜줬고, 아저씨와 작은 일을 한다며 집안에 함께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어요. 아저씨가 제 손을 잡는게 불편해도 저는 아무 소리 하지 못 했어요. 외로운 엄마의 곁에 누군가라도 있어줬으면 했어요.
그러다 몇 년 뒤 아저씨의 폭력성을 제가 느낄 정도가 되었고 엄마는 퇴근길에도 할머니께 마중나오라고 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저는 늘 불안감에 시달렸어요.

그러다 그 아저씨와 헤어지고 엄마는 또 다른 아저씨와 연애를 시작했어요.
전 그동안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을 당했으면서도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못 했습니다.

그 날이 아직도 기억나요. 절 괴롭히던 남자아이들 무리가 초등학교 뒤운동장에서 여자인 저 하나를 주먹으로 구타했습니다. 전 울면서 집에 왔는데 현관 신발장에 들어가 집안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와 들어가지도 못하고 울었어요.
제가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중학생이 되자 엄마는 새로운 아저씨를 소개시켜주며 차츰 그 아저씨와 동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전 할머니 댁에서 지내면서 학교를 다녔고, 방치되면서도 공부는 늘 반 10등 내로 유지했던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엄마 없는 새벽시간동안 저를 버티게 해준게 그림이었고
고등학교 때 꿈을 이루기 위해 공고 디자인과로 지원해서 수석입학을 합니다.
그리고 전교 1등을 하며 엄마에게 자랑했을 때 엄만 그래봤자 공고에서 1등하면 뭐하냐, 하시더라고요.
그 뒤로 제 이야기는 엄마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결혼하고 버스 교통사고로 일주일동안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연락 안 할 정도로 제 이야기를 잘 안 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는 아저씨와 함께 살았고,
엄마가 외로울까, 누군가라도 엄마 곁에 있는 것이 다행이다 생각하며 아저씨에 대한 불만도 전혀 엄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여자아이가 있는 집에서 아저씨가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엄마와 함께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는 것도, 통풍도 안되는 반지하방 화장실에서 늘 둘이 함께 담배를 피우던 것도.

엄마는 저를 방임하면서도 제가 엇나갈까 두려웠던 모양이었는지,
고등학교 밴드부 동아리, 교회 종교생활, 대학교 술 모임까지 못하게 하고 학교로 찾아왔습니다.
고등학생 때, 하루는 엄마가 아저씨와 싸우고 술에 잔뜩 취해 간곡히 말리는 제 손을 뿌리치고 차를 끌고 음주운전을 하며 집을 나갔습니다.
전 엄마가 잘못될까 걱정 되는 마음에 잠 한 숨 못 자고 새벽기도에 나가 눈물로 기도했어요. 저희 가정 좀 지켜달라고.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지만 그당시 기댈 곳 없는 제게 교회는 유일한 안식처였지만 엄마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나마 집에서 나와 숨통이 트일만한 것들을 모두 막으셨어요.

성인이 되면서 대학생 때부터 일을 시작했고, 생활비를 드리기 시작하자 차츰 저에 대한 통제를 줄이셨고 저는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그 결핍된 애정을 채우기 위해 사람 만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잘못된 생각으로 애딸린 이혼남을 만났을 때 엄마는 반대는 커녕 그 사람 무슨 차 끄냐(돈이 많냐) 묻더군요.

다행히 그사람과는 잘 헤어지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했고, 당연히 결혼도 저 혼자 스스로 다 해나갔고 엄마에겐 1원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시험관으로 어렵게 출산한 저는 아이를 낳고 금방 복직 예정이었고
엄마가 딱히 안정적인 직장 없이 일하는 것이 안쓰러워서금연하는 조건으로 제 아이를 봐주면 필요한 생활비를
드리겠다 했습니다. 금연이 어렵다면 아이 봐주지 않아도 된다 했지만 엄마는 기어코 약속을 핬고,
결국 몰래몰래 담배를 피우다 저희한테 들켜 전 일을 그만두고 전업으로 전향했습니다.

그 뒤에 엄마와 저는 함께 술을 마시며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도 많이 했고, 제가 엄마한테 쌓인 서운함을 이야기 했지만
엄만 미안하다 하면서도 늘 결국 돈 없는 엄마에 대한 불만? 으로 받아들이더라고요.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때 혼자 계실 엄마를 집으로 초대해 스테이크 구워드리고 와인 한 잔 하는데
아직도 월세를 전전하면서도 자꾸만 현금서비스를 받아쓰는 경제 관념이 없는 엄마에 대해 걱정하는 말을 좀 세게 했는데, 또 무시한다며 술김에 제 남편과 어린 딸아이 듣는데에 1818 욕을 하며 혼자 집을 나가셨습니다.

그 뒤로 저는 정말 필요한 일 아니면 엄마에 대한 연락을 안 받고 있습니다.

물론 엄마도 노력하신 부분이 있고 젊은 나이에 혼자 저희 키우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란 걸 알아서 그동안 늘 안쓰러운 마음으로 생각했는데,
저도 결혼하고 딸아이를 낳고 보니 아이가 있으면 그리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다 하며 살면 안되는 거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럴수록 엄마가 미워졌어요.

제가 너무 과거 일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요?
이 문제가 자꾸만 제 발목을 잡고 제 인생을 묶고 놔주질 않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그 때는 뭔지 몰랐던 그 상황이 지금 생각해보면 공황발작 같은 거였어요.

어쩌다 손녀 목소리 듣고 싶다며 연락오는 카톡을 거절하고도 마음이 안 좋아 어디 물어볼 곳도 없어 두서없이 이 새벽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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